우리사회에서 공무원은 무엇이며 어떤 위치일까? 필자는 업무상 매일 공무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산다. 주로 경기도와 31개 지자체 공무원을 대한다. 개인적으로 그들에 대한 느낌이 좋다. 서민적이고 이웃집 형님 같거나 아우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필자를 깜짝 놀라게 할 때가 있다. 비리를 접할 때다. 도박 향응 횡령 등 공무원과 어울리지 않는 소식을 접할 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모두가 돈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돈에 약하다’는 인식이 있다. 과거 처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공직자들의 절대다수가 민간분야에 종사하는 친구 등 동료에 비해 생활에서 상대적 빈곤감과 소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공무원은 다양한 혜택이 많다. 일반 직장인도 부러워할 정도다.

우선적으로 자녀에 대한 혜택이 많다. 자녀들의 대학진학 이전까지 학비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이 외에도 보건소 및 국가관련 공기업에 대한 다양한 혜택이 있다. 또한 기본급 외 다양한 근무수당으로. 매월 정액 급식비 직급 복지비 가족수당 정근수당 가산금(근무년수에 따라 5~10만원) 성과 상여금1회(등급에 따라 최고 230%) 추가 가산금(25년 이상 3만원) 등이 있다.

기업보다 공직자 평균연봉 높아
한나라당 이윤성(인천 남동갑·사진) 의원은 15개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평균 연봉은 5천2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앙부처 얘기이긴 하지만 일반 기업을 능가한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300인 이상 근무 기업의 평균 연봉이 4천만 원에 못 미치는데 특정 부처 공무원의인건비가 1억에 달한다는 것은 한번쯤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구조 개편문제를 본격 다뤄야 할 때다”임을 강조했다.

따라서 공무원 비리 원인이 처우문제라고 할 수 없다. 국가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이 해마다 높아지는 것도 비교적 처우문제의 개선이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행정고시 외무고시 7급공채 9급공채 시험의 평균경쟁률은 2008년 47.9대1 2009년 61.3대1 2010년 82.8대1이었다. 이는 공직의 강점인 신분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급여 수준도 괜찮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제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관념에 빠져 있어서는 안 된다. 현재 공무원의 급여는 상용 근로자 100인 이상 사업체 관리직 임금의 80% 후반대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공무원 비리는 막강한 권한 때문
그렇다면 공직비리 원인으로 공인이라는 인식 즉 윤리의식이 굳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공직자들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부패행위를 묵인하거나 당연시하는 등 부패에 대해 불감증 증세를 보인다.

심지어는 권한이 직간접적으로 금품을 강요하는 등 부패를 조장하고 있다. 따라서 부패의 상당부분은 공직자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윤리의식과 태도가 문제라고 감히 단언한다.

따라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직자의 부정부패 및 기강 해이를 근절시키기 위해 공직자 스스로의 의식개혁을 위한 교육과 제도적인 보완책이 절실하다. 제도적인 관점에서 부패의 원인을 찾자면 공직자의 정부 예산 집행과정에서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이다. 또 고위공직자가 되면 될수록 예산 및 인사권의 권한이 집중되는 구조에 기인한다.

전자의 경우는 정부의 거의 모든 예산 집행이 6급 이하 하위직 실무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고 이들이 외부 민간인과의 접점에서 공금을 횡령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나 이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 부서는 정부의 국고보조금 및 지원금 종류가 매우 다양하고 금액도 크기 때문에 집행하는 과정에서 금품·향응수수 횡령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예산 집행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의 경우 외부감사위원회 제도 설치 의무화 중앙정부의 경우 역시 외부감사제 도입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관례’란 생각부터 버려야 쇄신
공무원의 권한 때문에 일어난 사례는 가까이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최근 수원·안양·고양 등 도내 공무원들이 지정 시금고의 법인카드 ‘우수’ 사용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명목으로 골프 등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감사원이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지난 4월18일부터 5월20일까지 행정안전부와 인천시·경기도 등 15개 광역자치단체와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지정금고·법인카드사의 지방공무원 국외여비 지원실태’ 감사 결과발표에 따른 보도였다.

여기에서 공직자 규정은 무시됐다. 공무원행동강령상 ‘공무원은 관용차량ㆍ선박ㆍ항공기 등 공용물과 예산의 사용으로 제공되는 항공마일리지 적립포인트 등 부가서비스를 정당한 사유 없이 사적 용도로 사용ㆍ수익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대해 ‘관례’라는 입장을 보이는 공무원들이 많다. 공직윤리가 해이해진 대목이다.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감사결과 경기도의 경우 본청을 비롯한 21개 지자체에서 90명이 적발돼 전국 자치단체 중 카드 운용실태가 가장 부실한 지역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사례를 보면 수원시 공무원 A씨는 지난 2009년 1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지출 및 경리업무를 담당하면서 시금고로 부터 법인카드 사용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로 350만원을 지원받아 지방선거 직전인 2010년 5월부터 6월1일까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서유럽 3개국에 대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현

현직 수원시 국장도 수원시금고 지원을 받아 2009년 5월18일부터 25일까지 7박8일 동안 노르웨이 핀란드를 여행했다. 여행목적은 기업은행 BC카드 이용 우수기관 해외연수 명목이었다.

수원시 공무원 노조간부 역시 지난해 6월 7일부터 11일까지 4박5일간을 수원시금고인 기업은행 카드사의 추천 등으로 공짜 해외여행을 갔다 왔다. 여행시기가 시금고 재계약 5개월여를 앞둔 시점이어서 의혹이 컨 것도 사실이다.

부천시 공무원 A씨와 B씨는 금고 및 법인카드 업무를 총괄하면서 시금고로부터 법인카드 사용실적우수기업회원 명목으로 200만원씩을 지원받아 일본 히로시마로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성남시 중원구는 지난 2009년 1월 시금고로부터 법인카드 사용에 대한 부가서비스로 50만원 상당의 기프트 카드를 받고 이를 세입조치나 행정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채 A씨 등 3명이 각각 나눠 용도 불명의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과연 공무원이 박봉이라서 기업의 지원을 받은 것일까?

공무원의 기강해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14일 새벽 수원시 현직 L구청장이 도박판을 벌이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업자 등 6명이 참여한 이 도박판의 판돈은 190여만 원. 일반인이라면 이해가 될 만한 카드판일 수도 있다. 하지만 L구청장은 공직자로서는 치명적인 오류를 벌인 셈이다.

공직자 본연의 모습 선조에게 배워야
시대가 변했다. 공직에 몸담고 있다고 모든 것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 예전과 다르다. 시대가 변했고 인식도 바뀌었다.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취미생활도 해야 한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임무를 맡고 있는 만큼 행동거지는 남달라야 한다.

공무원하면 ‘청렴결백’(淸廉潔白)이 떠오른다. 청렴결백은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이 깨끗하다는 뜻이다. 또 청렴결백하면 황희 정승이 연상 된다. 그는 영의정이면서도 초가집에서 살며 기와집을 지은 아들을 꾸짖고 한 번도 뇌물을 받은 적이 없으며 반찬도 나물반찬을 먹었다고 한다. 돈을 많이 쓴 김종서 장군을 꾸짖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온돌과 책 밥상 옷장 변소 뿐 이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그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약했던 것도 아니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도 애국심이 뛰어났던 선비였던 것은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작금의 공무원도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박봉이라고 기피했던 지자체 공무원 학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 9급 공무원의 학력을 들여다본 결과 고졸 비율은 3.4%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연 학력과 윤리의식은 비례할 것인가? 쉽게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배운 공무원들의 강인한 윤리의식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