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팝 음악 차트인 미국의 빌보드 차트가 K팝 차트를 신설했다. 빌보드는 ㈜빌보드코리아와 함께 한국 가요만으로 1위부터 100위까지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 K팝 핫100 차트를 만들어 지난 25일 서울·도쿄·뉴욕에서 동시에 발표했다. K팝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남미를 거쳐 미국 시장을 본격 겨냥하기 시작한 것과 때를 맞춰 일어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1884년 창간된 빌보드지는 1950년대 중반부터 대중음악의 인기 순위를 집계하는 빌보드 차트를 발표해오고 있는데 독보적인 전통과 영향력 때문에 세계 팝 음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자로도 인식돼왔다. 현재 빌보드는 미국 외에 일본·호주·영국·독일·프랑스 등 20개국의 현지 음악 차트를 발표하고 있는데 아시아 음악 차트를 만든 것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26일 ㈜빌보드 코리아의 발표에 따르면 빌보드 K팝 차트는 오프라인 음반 판매보다 디지털 음원 유통이 활성화돼있는 한국의 특성을 감안해 디지털 음원 판매량으로만 100% 순위를 매기게 된다. 빌보드 본사가 ㈜빌보드 코리아를 통해 공급받은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의 판매 집계를 모아 가중치 등을 적용한 자체 순위를 매겨 매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발표할 예정이다.

앞으로 빌보드의 K팝차트는 빌보드 잡지와 온라인 사이트 빌보드코리아 사이트(www.billboard.co.kr) 등을 통해 제공될 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 브라질의 빌보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공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빌보드 K팝 차트 발표를 기념해 25일 방한한 빌보드 발행인 하워드 에펠바움은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음악 시장이라며 ‘빌보드 K팝 차트’를 통해 세계 음악 시장에 활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 K팝의 세계화를 위한 협조체제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빌보드 K팝 차트 첫 회 1위는 걸그룹 씨스타의 쏘 쿨이 차지했으며 2위는 힙합듀오 리쌍의 TV를 껐네가 차지했는데 특히 4인조 여성 댄스그룹 씨스타가 강력한 1위 후보인 여성그룹 2NE1과 미쓰에이에 일격을 가하며 빌보드 코리아 차트(K-pop chart) 8월 넷째 주 1위를 차지한 것은 예상 밖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가요계에 걸그룹이 대세인 것은 맞지만 소녀시대나 카라 등 전통적인 절대 강자는 물론이고 최근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성장한 2NE1이나 미쓰에이 같은 걸그룹을 제치고 빌보드의 공식 론칭 차트의 첫 번째 1위를 차지한 씨스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효린과 보라 소유 다솜 등 4인조 댄스그룹 씨스타는 자매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한국 가요계에 큰 별이 되겠다는 각오로 씨스터(Sister)와 스타(Star)의 합성어를 그룹명으로 하여 1년전 데뷔한 아직 신인티가 나는 걸그룹이다. 하지만 작년 12월 발표한 세 번째 싱글 니까짓게가 각종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인기스타 반열에 오른 데 이어 데뷔 1년 만에 발표하게 된 첫 정규 앨범 쏘 쿨(So cool)의 타이틀곡이 이번에 첫 빌보드 K팝 차트 1위에 오르면서 명실상부한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K팝을 주도해온 아이돌 그룹에 대해서는 한때 비주얼과 알량한 춤 솜씨만으로 승부하는 것이 아니냐며 MR제거 동영상 공개 바람이 불어 닥친 적이 있었다.

일부 음치 가수가 가창력 없이 비주얼과 율동만으로 인기를 모으자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네티즌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기 시작한 이른바 MR 제거 놀이는 가수의 노래에서 반주를 빼낸 목소리만 부각시키는 방식인데 특히 아이돌 그룹 멤버 가운데 가창력의 옥석을 가려내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이유로 네티즌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아직도 유행하고 있다.

이러한 MR제거놀이를 통해 그간 여러 아이돌 가수들 그중에서도 특히 여성 아이돌 가수들이 많은 실망감을 안겼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K팝 아이돌 그룹들은 전통적인 비주얼과 댄스실력이라는 강점에 보태어 가창력까지 겸비했으며 그러한 요소들이 K팝의 세계적 경쟁력이라는 평가가 외국 전문가들과 팬들로부터 먼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주얼 댄스실력과 가창력 등 3박자를 겸비한 한 아이돌 그룹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가창력 부족에 대한 비난은 잠잠해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여성댄스그룹들의 경쟁력을 급상승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그룹 중 하나가 바로 씨스타라 하겠다.

MR제거놀이의 막바지 단계에서 화려한 퍼포먼스가 매력적인 씨스타가 네티즌들의 최후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으나 씨스타의 MR제거 영상은 오히려 씨스타의 인기를 배가시키는 의외의 결과를 낳게 된 것으로 보인다. 쏘 쿨의 MR제거 동영상은 안정적인 가창력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만들면서 네티즌이 호감을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특히 멤버 효린이 KBS2TV 서바이벌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 자신의 가창력을 뽐내면서 이른바 가창돌이란 별칭을 얻었고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이번에 소녀시대나 카라 등 세계적인 걸그룹이나 최근 급성장한 2NE1이나 미쓰에이 등을 제치고 빌보드 K팝 차트 첫 영광의 주인공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첫 1위를 차지한 씨스타도 공식 인터뷰에서 “한국의 음악이 전 세계인들과 함께 공유 할 수 있는 이 같은 기회에 대해 자부심과 가수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힌 바 있지만 빌보드라는 세계적인 음악차트에 K팝이 론칭 되었다는 것 자체가 한류의 힘 즉 세계화되고 있는 K팝 한류의 결과물이라 하겠다. 이에 K팝을 이끌고 있는 기획사나 아이돌 그룹이 다 함께 K팝 한류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그 흐름이 지역적으로는 더욱 확산되고 내용적으로는 더욱 깊이가 있게 만들어서 한때의 유행에 그치는 지류(stream)로 흘러 보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솟아나 발원지(spring)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바다(ocean)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용일/ 경영학 박사 금융감독원 전 노조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