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 편집국장

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된다. 그 결정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돌출된다. 웃을 수 있겠지만 가슴을 치며 울 수도 있다.

결정 사안이 중한만큼 시간이 걸리고 진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또 그만큼 고심해야 한다. 이런 과정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최근 엄청난 속도로 진행된 아니 돼버린 결정을 보면서 박수를 쳐야 할 지 손가락질을 해야 할지 모를 일을 경험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교수 얘기다.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전 국민에게 선물했다. 어느 날 60억원의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자신의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준 인물이다. 그렇기에 국민은 그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그가 서울시장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기사가 터지면서 온 나라가 요동쳤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손 쓸 틈도 없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안 교수가 어떤 정당도 선택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췄을 때 속수무책이었다.

어떤 누구도 그를 이길 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무기력한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국민의 일꾼이라기보다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인이었기에 더욱 나약해 보였다.

필자는 그 과정에서 고소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얼굴을 비추는 내 노라는 정치인이 정치판에 명함도 내놓은 적 없는 자연인 안철수 잎에 맥을 못 추니 하는 말이다.

특히 정치경험이 있든 없든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안 교수 지지기반으로 나타난 것은 깊게 생각해 볼 대목이다.

안 교수의 인지도와 이미지도 막강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실망이 반대급부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안 교수는 큰일이라면 큰일인 서울시장 출마결정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박원순 변호사를 밀어주겠다며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에 앞서 필자는 안 교수의 등장과 관련된 칼럼을 썼다. 그리고 신문을 제작하고 배포하기 전에 이런 일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칼럼의 내용은 안 교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정치권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봤다. 당락을 떠나 그것만으로도 안 교수의 역할은 충분하다고 봤다. 비록 예견한대로 되지 않았지만 정치권에 끼친 영향을 컸다.

이명박 대통령도 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방송 좌담회 추석맞이 특별기획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해 “올 것이 왔다”고 표현했다. 이 대통령은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국민에서부터 대통령까지 정치권이 변해야 된다는 생각은 일맥상통함을 확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안 교수가 불출마를 선언한 지금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안 교수는 분명 학교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대권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느닷없이 박근혜 전 대표와 안 교수를 맞대결 시키는가 하면 지역별로 지지도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필자는 안 교수가 서울시장은 몰라도 대권은 아니라고 과감하게 주장한다. 대권은 한 마디로 애들 장난이 아니다. 절차와 과정이 있고 조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검증돼야 한다. 꿈과 변화는 필요하지만 현실의 벽도 무시할 수 없다.

한 순간 많은 것을 이루려다가는 무너진다. 그것은 욕심이다. 안 교수가 서울시장 이상 도전하려면 준비해야 한다. 준비 없이 인기도만 믿고 나서는 것은 거품을 확인하는 계기만 될 가능성이 높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너무 쉽게 달아올라 있다. 9일 아침신문을 봤다. 하단 광고지면에 ‘안철수대통령’이란 책 광고를 봤다. 저자는 안철수와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그런데 책 제목이 ‘안철수 대통령’이다. 광고 문구를 살펴보니 ‘변화’ 관련 책이었다. 안 교수가 이 시대 변화아이콘이기에 그런 제목을 달았다고 본다.
그러나 보는 이로 하여금 반감이 들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변화가 필요한 대한민국에 안철수란 인물이 있어 고맙다. 그의 등장이 계기가 되고 시금석이 됐으면 한다. 그 뒤를 제2 제3의 안철수가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안철수의 등장은 그것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