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욱 교수

저축은행 문제가 또 터졌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등의 영업정지 이후 더 이상의 영업정지는 없다고 하였지만 7개의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로써 올 들어 105개의 저축은행 가운데 총 16개 저축은행의 영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맞았다.

예금보험제도가 도덕적 해이 야기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진 원인은 바로 무분별한 대출 때문이다.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모든 저축은행에서 묻지마식’ 불법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거액을 무분별하게 대출해주거나 동일인에게 자기자본의 20% 이상을 대출할 수 없도록 금지한 저축은행법을 어기고 한 회사에 불법적으로 집중 대출해줬다. 이것은 저축은행 경영자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준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의 원인이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는 예금보험제도에 의해 부추겨졌다. 예금보험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한 이유는 예금자들이 저축은행들이 부실해져도 예금보험제도에 따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저축은행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하고 위험 저축은행에 대해 예금인출 등의 시장적 처벌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편 저축은행들 또한 위험 투자로 인해 자산가치가 하락하여도 예금인출이라는 시장의 처벌을 받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자본을 감소시키며 더욱 더 위험스런 투자활동을 하였다.

저축은행의 경우 예금자 1인당 5천만 원까지 예금보험이 적용된다.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일반 시중은행들보다 1~2퍼센트 포인트 높다. 예금자들은 위험에 대한 고려 없이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에 예금하였으며 이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저축은행들은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식 대출’을 한 것이다.

생각처럼 작동되지 않는 금융감독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정부의 금융감독이다. 따라서 저축은행에 대해 정부가 금융감독만 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업계 2위였던 토마토저축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이 8.62%에서 갑자기 마이너스 11.47%로 떨어진 사실과 저축은행들이 동일인 한도를 초과하여 한 기업에 집중적으로 대출해준 사실은 정부의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리는 정부의 금융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이 잘 수행되지 못한다. 그 이유는 정부의 관료제와 정치적 압력 때문이다. 금융감독을 잘못했을 경우에 처벌이 비교적 관대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담당자가 금융기관의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 사실을 밝히는데 소극적이 된다. 감독당국에 의해 부실징후가 발견되었지만 정치권의 압력 때문에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사실상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하는데 정부의 금융감독이 그렇게 효과적이지 못하다. 게다가 만약 금융감독 담당자와 금융회사 간에 유착관계가 형성되기라도 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이번 저축은행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은 바로 금융감독 담당자와 저축은행 간의 유착관계 때문이다.

예금자 책임 제고와 민간 예금보험제도 도입 필요

향후 지금과 같은 저축은행 사태의 재발 여부는 도덕적 해이 문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예금자가 저축은행을 감시 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금융감독은 이러한 시장규율의 보완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저축은행과 금융감독자 간의 유착관계를 차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 대한 예금보험제도를 민간에 의해 운영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 예금보험기관은 지금과 같이 위험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보험료를 저축은행의 자산 위험도에 따라 차등 부과하며 저축은행을 감시할 것이다. 저축은행의 위험도를 적정하게 산정하여 위험이 높은 저축은행에게는 높은 보험료율을 위험도가 낮고 건전한 저축은행에게는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예금보험제도보다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매우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안재욱 / 경희대학교 교수 경제학 CFE View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