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석훈ⓒ데일리와이

석면이 잊을만하면 나오는 문제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고 충격적으로 이 얘기를 봤던 것은 ‘만 가지 색깔의 생태주의’라는 책에서 나왔던 파리 7대학 쥬시유 건물에서 나왔던 석면. 리노베이션 한 후의 건물이었지만 지도교수방이 여기에 있어서 나도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이다. 그리고 파리 지하철 역사에서의 석면 문제. 

야구와 환경이라는 주제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온도감이 다르다. 아무래도 기후변화협약에서 일본은 감축 당사국이고 한국은 아직은 개도국이라는 그런 여건의 차이 때문일 건데. 온실가스 감축을 줄이기 위해서 야간 경기시간을 줄이려는 협약 로진백 문제 배트가 부러지는 걸 어떻게 하면 줄일 거냐 등등 야구 구단과 환경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본 적이 있었다. 

온실가스 문제나 숲 보호 같은 게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문제라면 석면 문제는 초특급 시급하고 비상 사태와 같은 문제이다.

야구 입장으로 보면 시즌을 무사하게 끝내는 게 제일 큰 문제인데 일본의 경우도 올해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생기면서 시즌이 엉망진창이 되기는 했다. 

한국은 시즌을 막바지에 두고 있는데 일단 물 뿌리고 그냥 시즌을 마무리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으로 결정된 것 같다.
어쩌면 한국 야구에 최초로 던져진 환경 문제이면서 동시에 보건 문제이기도 하다. 뭐가 먼저냐?

옵션은 리그 일정을 잠시 세우고 문제가 된 흙을 교체하고 할 거냐 아니면 올해 야구 잘 되는데 일단 돈부터 좀 벌고 흙은 비시즌 중에 천천히 교체.원칙적으로만 보면 문제를 몰랐으면 몰라도 알았으면 며칠이라도 세우는 게 맞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안 그래도 올해는 우천 취소된 것들을 처리하는데 원칙적으로 해서 즉 더블헤더 같은 강행 없이 그냥 순서대로 소화한다고 해서 포스트 시즌이 뒤로 좀 옮겨간 상태이다. 더블헤더 없앤 건 잘 했다고 생각한다.

물 뿌리고 경기 강행.얘는 손실은 확실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 잘 보이지 않는 옵션이다.

장기적으로 석면이 있을 것이 분명한 야구장에 사람들이 잘 안 가게 될 것이라는 것과 그 문제를 이렇게 처리하는 걸 보니 다른 문제가 생기더라도! 요게 더 클 것 같다.

실내 수영장의 수질 문제와 기본적으로는 같은 구조이다.
언제 이 수영장 물을 다시 갈아 언제 설비를 들여 그러면서 그냥 수영장을 열어놓으면…

결국에는 ‘물 안 좋은 곳’이라는 소문이 난다. 명성이라는 누적함수로 보면 장사 시각으로도 남는 장사는 아니다. 지금 야구장에 대해서 내린 정부의 결정이 오염된 수영장을 계속 열어놓는 것과 같은 일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쟎아 이건 같고 물이 오염된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도 같다. 차이점은 수영장의 물 오염은 보통의 경우는 치명적이지 않은데 석면은 치명적이라는 것.

또 하나 다른 점은 예를 들면 수영장에서 눈병이 생긴다면 금방 알게 되지만 석면으로 인한 발암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생기기 때문에 이게 왜 생겼는지 과연 무엇 때문인지 당하면서도 모른다는 차이점이다. 이게 확률 변수의 무서운 점이고 장기적 효과가 갖는 무서운 점이다. 

비슷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상 화장품의 경우는 효용성은 물론이고 안정성도 잘 검증되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 화학약품을 어쩔 수 없이 사용하는 신상들이 대부분 이 구조이다.

여담이지만 신상 새 아파트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치 요즘의 소니 신상 카메라 알파 77의 돈 주고 하는 베타 테스트라는 불평처럼 돈 주고 자기 생명을 거는 베타 테스트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카메라야 불평 쎄리하고 반품 처리하거나 펌웨어 업글 해달라고 박박 우기면 되지만 보건의 경우는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특정 제품들의 광고 모델로 나왔던 젊은 모델들이나 배우들이 암으로 사망하는 일이 수 년전에 집중적으로 벌어졌다. 통계적 개연성은 아주 높지만 이걸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는 것은 아주 어렵다.

문제가 벌어졌을 거라고 추정되는 기관과 실제로 피부암이 같은 게 발생해서 사망하는 기간이 수 년간 격차가 있는데 이 사이에 제품 모델이었던 사람의 인기가 떨어져서 이미 사망 시점에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뭐 죽는 사람 처음이야? 그런 게 일반적 반응이었는데 참 세상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음식국부론 다음 책으로 화장품 얘기를 다룰려고 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입증이 어렵다 하여 한 번 덮은 적이.) 

석면 문제도 같은 구조이다.
예를 들면 한 때 최고의 영웅이었던 장효조나 최동원이 암으로 사망했다. 그거 석면과 관계 있어 없어 그런 질문들을 한 번쯤 해보게 될 것이지만. 개연성은 높더라도 사람은 실험실의 대상처럼 격리시켜서 관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많은 경우 그 직접적 인과관계를 사후에 규명하기가 아주 어렵다.

몰랐을 때는 몰랐다고 치더라도 앞으로의 경기 몇 번으로 결국은 그 이유로 사망하게 되는 사람이 0명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걸 입증하기가 어렵다.

또 다른 비슷한 예로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된 노동자에 대한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 동경전력의 정규직들은 잘 안 들어가고 일당 받는 비정규직들을 위험한 현장에 그것도 제대로 된 특A급 보호장구도 안 주고 투입해서 욕 쎄려 먹었는데…

이건 약자가 더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게 된다는 일반적 구조를 보여준다.
어느 심판이 불안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인데 좀 참자… 

이렇게 말했다. 월급 받아야 하는 원전 들어가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선수나 심판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약자인 건 마찬가지이다.

자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이 일로 사망하게 되는 사람이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원고가 그 개연성을 기술적으로 입증하기 아주 어려워서 이 결정의 주체였던 정부나 구단을 상대로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은 아주 낮다.

게다가 한국의 행정법원 등 법원에서는 환경이나 생태 혹은 보건적 이슈보다는 개발회사 등 사업자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성이 더 강하다. 10년쯤 지나면 좀 변할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프로 야구가 많은 것들을 관객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괜찮다”라고 하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했다면

이 경우에는 경기를 잠시 세우고 리그 마무리를 하는 게 옳기도 옳았지만 장기적으로도 더 좋았던 일이다.

구단의 입장 수입은 작은 돈이지만 길게 보면서 만들어내는 믿음은 더 큰 수익이다.
몰랐던 건 몰랐다고 치더라도 알고도 그랬다… 이게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나는 지금이라도 경기를 세우고 그라운드의 흙을 교체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관중과 선수를 위해서도 그게 당연히 취해졌어야 할 조치이지만 길게 보면 야구계 자체에도 그게 더 좋다.

삼성 전자에 노조가 없으니까 백혈병이 왜 생겼느냐 아직까지도 지리한 논쟁 중인거 아니냐?

같은 문제다. 선수노조가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심판노조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시합 참가거부를 했었을 일인데 그런 게 아직 잘 정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까
일단 나가 그러면 나갈 수밖에 없는 약자인 것 아닌가?

팬들은 경기장에 오지 않느냐? 많은 사람들이 특정 제품을 인기리에 구매한다는 게 그 제품이 환경적으로나 보건적으로나 안전하다는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석면이 나온 경기장에서 일단 경기를 세우는 것 그게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일단 리그부터 끝내고 그 다음에 철저하게 조치하겠다 이게 우리가 지나온 지난 과거의 모습이다.

한전의 정전 사태와 왜 이리 닮았냐?

장관이 그만두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봐라 짦으면 6개월 길면 1년 내에 반드시 재발할 테니. 

석면 구장 문제도 이와 같은 구조이다. 가장 위험한 발암 물질 중의 하나인 석면이 나왔는데도 일단 게임부터 하고 이런 사람들이 진짜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알고도 은폐하거나 감출 것이라는 것은 너무 명확한 거 아니냐?

원칙을 따지면 이미 지금까지의 석면 구장 문제에 대해서 선수와 관객들에게 보상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맞다. 만약 사용중인 제품에서 이런 하자가 나왔다면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하면서 손해배상 소송들어가게 되지 않느냐? 한국의 선수들이 착하고 팬들이 착해서 그냥 넘어가는 거다.

길게 보면 지금이라도 리그를 잠시 멈추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구단의 수입 선수의 연봉 이게 생명과 대체될 수 있는 가치는 아니다. 신뢰는 가격으로 마케팅으로 팬 사은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석훈 | 2.1연구소 소장 "88만원세대" 저자  블로그 http://retired.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