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인석 시장이 추진하려던 ‘창의지성 교육도시구축’ 예산 209억 원을 시의원이 전액 삭감했다. 다른 예산도 아니고 교육관련 예산이 전액 된 이유가 무엇일까?

채 시장은 이에 대해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했다. 시의회 결정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채 시장은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교육비에 휘청대는 학부모를 위해 ‘창의지성 교육도시’를 구축하려 했지만 예산 209억 원이 삭감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채 시장은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앞으로 시의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한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 집행부가 세운계획이 모두 순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탄탄한 계획을 세워 추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시정이다. 한 번 좌절됐다고 바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채 시장의 능력이 필요하다.

기자회견 후 일주일이 흘렀다. 채 시장은 어떻게 시의회를 설득해 나가고 있을까? 그 과정이 궁금했기에 채 시장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26일 현재까지 감지된 채 시장의 동태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는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 발표대로 시의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는 계획보다 시민, 즉 학부모를 직접 움직이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그렇다면 시의원과 소통가능성은 더 희박해지는 것이 아닐까? 과연 추경에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걱정스럽다.

필자는 기자회견 당시 채 시장에게 예산이 삭감된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 채 시장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채 시장의 답변 속에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위한 ‘창의지성 교육도시 구축’에 대해 시의회가 어떻게 반대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겼다. 제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를 파악하기보다 상대에게 문제가 있다는 확신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견문에는 시의원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몇몇 기자들이 삭감원인에 대해 재차 질문했지만 채 시장의 답변은 같았다. 원인은 모르지만 재추진하겠다는 답변으로 동문서답했다.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의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설득을 시작하겠다는 말에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화성시는 지금 지방자치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숙지되지 않은 시정이 펼쳐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지방자치는 말 그대로 지방정부가 스스로 살림을 꾸리는 제도다. 시민 모두가 시정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이 투표를 통해 시장과 시의원을 뽑는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집행부가 일을 추진하고 시의회가 이를 감시한다.

이런 일을 해보겠다는 시장의 계획을 시의원은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 이후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예산삭감도 시의원이 할 수 있는 고유권한이다. 단 이 모든 과정은 시민의 입장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조건은 있다.

따라서 채 시장은 시의원들이 일부가 아닌 전액삭감이라는 결정을 내린데 대해 원인 파악을 해야 한다. 시의원의 삭감이유와 배경에 귀 기울여야 한다. 마음을 열고 대화하고 소통해야만 진정한 시정을 펼칠 수 있다. 내가 옳다고 상대가 잘못인 것은 아니다.

채 시장은 추진하려는 ‘창의지성 교육도시구축’이 아무리 옳다고 생각돼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반대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고 입장이 있다. 이를 간파하고 대화로 설득하고 풀어야 한다.

채 시장은 새해 1월9일부터 19일까지 시정설명회을 할 계획이다. 23개 읍면동이 대상이다. 아마도 그 자리는 이번 교육예산삭감에 대한 입장발표가 될 성 싶다. 다른 지역현안은 시간에 쫓겨 묻힐 가능성도 있다. 자칫 더 급한 일들이 홀대받을 수 있다. 게다가 ‘창의지성 교육도시구축’ 예산을 전약삭감한 시의원들의 성토장이 될 가능성도 크다. 집행부와 의회의 입장차이가 점점 더 커질 수도 있다.

채인석 시장은 시장이라는 직함대신 대표사원 또는 대표시민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몸을 낮추고 귀를 열겠다는 의지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말로만 하는 것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차라리 시장답게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장은 시장다워야 하고 시장다운 능력이 절실하다. 그 비결은 마음은 연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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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