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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막기’ ‘나눠먹기’ ‘보복’ ‘학살’ ‘전략’ ‘밀실’ ‘낙하산’
이 단어들의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답은 공천(公薦)이다. 공천의 사전적 뜻은 ‘여러 사람이 합의해 추천함’ ‘공정하고 정당하게 추천함’이다.

정치적으로는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일’이다. 출마를 원하는 사람이 많을 때 공천과정은 필수적이다. 대표선수를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4.11총선도 많은 후보자들이 나섰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공천이라는 단어를 접하게 된다. 공천결과에 따라 당대표, 장관까지 지낸 사람들이 울고 웃는다.

희비가 엇갈리는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한심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일인 만큼 말들이 없을 수는 없지만 해도 너무하다. 갑갑한 심정에 한 마디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어느 신문의 칼럼이 눈에 들어왔다.

『여.야가 4년 전 추석 벌초하듯 다선(多選)들을 솎아내서 지금 여의도엔 키작은 잔솔만 우거져 있다. 올 12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여의도는 여.야 대장의 명령 한마디에 해머를 들고 가는 돌격부대의 무대가 될게 뻔하다. 농부도 모내기 전엔 논의 심기를 살핀다는데 여당야당 모두가 선거구민을 논바닥만큼도 대우하지 않는다. 전국 전략공천지역에 "전략"의 냄새라도 풍기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우리 국민이 올해의 총선, 대선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장비가 후보와 정당의 구별없이, 거짓을 내리칠 수 있는 ‘정직의 도끼’다. 선거 날은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투표소 장막 안에서 정직의 도끼를 힘 있게 휘두를 수 있을 만큼 국민 스스로가 먼저 정직해질 수 있을까?』

여야의 공천과정을 꼬집고, 유권자의 책임이 무엇인 지를 묻는 힘 있는 글이었다.
그렇다. 칼자루는 아니 도끼자루는 국민이 쥐고 있다. 투표소 안에서 정직의 도끼를 휘두르면 된다. 그렇게 하면 정당이 유권자의 심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정당 실권자나 지도부, 공천심사위원들이 함부로 공천카드를 만지작거릴 수 없게 된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는데 혼신의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입맛이 아닌 유권자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당선된다. 잡음이 있을 이유가 없다.

다가올 4.11 총선의 공천을 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말이 많은 이유는 정당이 원하는 공천을 했기 때문이다. 중앙당이 지역의사를 무시했기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

왜 공천권을 중앙당이 지고 있어야 하나? 지역구 당원들이 자신들을 대표할 지역구 후보를 선출하고, 중앙당은 그 후보를 추인하면 될 것을!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추인과정에서 혹시 밝혀지지 않은 결정적인 흠결이 있는가를 확인하고, 선출과정이 정당했는가를 살펴, 문제가 없다면 추인해 주면 된다. 그것이 민주적인 공천절차다.

결국 작금의 정당공천은 민주주의의 ‘민’자도 모르는 행위임을 깨닫고 반성해야 한다.
‘쇄신’ ‘개혁’ ‘참신한 인물’ 운운하며 권력을 휘두르지 말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길 바란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이 모여 국민을 위해 일해주길 바란다.

공천권을 둘러싸고 ‘내홍’이 반복된다면 언젠가는 국민이 휘두르는 ‘정직의 도끼’에 희생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