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시계(視界)가 밝았다. 예전과 달리 황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운 날씨만 빼면 화사한 봄기운을 만끽할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러나 좋은 기분도 잠시, 혼탁한 대한민국 이야기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신문과 방송에 등장하는 예측불허 아리송한 일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 줄도 알 수 없는 사태들이 혼란스럽다..

먼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얘기다. 도무지 앞을 알 수 그의 행보. 그 끝이 무척 궁금하다. 물론 좋은 결과가 있다면 과정이야 이해가 되겠지만 이제는 그의 우유부단에 신선함이 없다. 안철수는 이미 혼자 대권가도를 출발했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에게는 조심스럽다. 시기를 재고 있다. 이러다 말면 그만이다 식이다.

그는 야권의 대표적인 홍보전문가인 유민영 전 참여정부 청와대 춘추관장을 개인 공보담당으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다. 중론은 누가 봐도 정치적 움직임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원장은 속내는 털어놓지 않는다. 대사를 위해 때를 기다리는 것, 무척중요하다. 하지만 왠지 명쾌하지 않고 구리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지난 5월30일 오후 안 원장 입에 눈과 귀가 쏠렸다. 부산대 강연에서 뭔가 선언할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시기적으로 또 고향인 부산이라는 점 등 갖은 추측을 하며 기다렸다.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또 흘러간다.

다음은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을 향한 ‘인물검증’ 공세 얘기다. 12월 대선을 7개월여 앞두고 레이스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로부터 공세가 시작됐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만남주장 △보수원로 7인회 △충북옥천 불법선거 주장 등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친박 진영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라며 박지원 원내대표의 주장은 ‘노이즈마케팅’이기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국민이다. 도무지 어디에 기준을 두고 판단해야하나. 궁금증과 의혹에 시달리다 지친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버린다.

이 같은 국민의 반응에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네거티브에 대응하는 최상책은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미래, 희망, 그리고 준비된 정치를 보여주는 것 뿐”이라며 자신들 주장만을 하고 있다. 국민은 헛갈리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을 바라보기는 하는 건가?

다음은 통합진보당 얘기다. 정말 한심하고 실망이다. 그나마 비례대표 당선자와 후보자 10명이 비례대표 경선 부정과 관련해 5월29일 공식 사퇴했다. 그러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와 조윤숙, 황선 후보자는 사퇴를 거부해 징계절차를 밟아 출당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합진보당 내부갈등을 바라보는 국민들. 또 한 번 고개를 돌린다. 통합진보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는 가슴이 아프다. 국민은 없고 자리지키기, 버티기, 궤변만이 있다. 누구 주장이 옳고 그런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모르긴 몰라도 이들은 앞날은 순탄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것은 진보운동을 하던 시절의 그 고통보다 더 아플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앞선 생각을 해왔다고 자부하던 이들의 모습에서 국민은 한숨짓는다.

끝으로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는 시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말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믿음의 상징인 금융기관이 막무가내다. 서민은 상상조차 힘든 수천억의 돈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충격적이라서 할 말을 잊는다. 다들 외면한다. 딴 세상일이라고 생각해야 만 견디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국민의 가슴은 지금 휑하니 뚫려있다.

저축은행 사태는 여러 번 터졌다. 저축은행 20곳이 영업 정지되며 문을 닫았다. 저축은행 1차 구조조정 때 부산저축은행 등 9곳이, 2차 구조조정 때는 토마토, 제일저축은행 등 7곳이, 그리고 이번에는 업계 1위 솔로몬 등 4곳이 뒤를 이었다. 업계 1위부터 5위까지의 저축은행이 모두 영업정지된 것이다. 이는 뭘 의미하는 걸까? 연루된 간부 가운데 목숨을 끊는 이도 한 두 명이 아니다. 이제는 그런 뉴스를 듣고 놀라지도 않는다. 그것이 더 무섭다.

지금 대한민국의 핵심사회 중심에서 황당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중심인물들은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얼마나 심각한 지 잘 모르는 듯하다. 큰 문제다. 국민들이여 정신 바짝 차리자. 누구를 믿겠는가. 두 눈 똑 바라로 뜨고 스스로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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