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해야 할 일 하는 부친의 영향 커
둔포면 모두가 함께 봉사하는 날 기대해
고향에서 제2의 인생...봉사활동이 에너지
 
누구에게나 살고 싶은 인생이 있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특히 남을 위해 살기란 결코 싶지 않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고향을 찾은 박숙희 씨는 원하는 대로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 기쁘기 때문이다. 그녀가 서울을 떠나 고향동네에서 하나씩 이뤄가는 작은 꿈은 삶의 활력소다. 그런데 반전이 있다. 이 모든 것이 다름 아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 건강한 그녀에게 무슨 말이라고 반문했다. 답변은 겸손하다. 마음을 비우고 떠나는 자의 자세로 봉사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아침 6시40분부터 밤 11시까지 잠시도 쉴 틈이 없지만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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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슬펐지만 지금은 행복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 힘닿는 데까지 무엇보다 제가 기뻐서 하는 일입니다.”
아산시 둔포면에 위치한 ‘파리바게뜨’ 박숙희 대표는 항상 밝은 표정이다. 그녀의 말처럼 무엇이 그리 기쁜지 표정이 무척 밝다. 

흔히 빵집, 즉 달리 말하면 베이커리는 아무나 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그런데 박 대표는 잘 해내고 있다. 그것도 아주 기쁘게.
그 이유와 비결을 물었다.

“항상 밝은 조명에 깨끗한 분위기를 보면서 한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이렇게 힘든 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 마디로 몰라서 시작했어요”

박 사장 역시 처음 6개월간은 퇴근 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고 한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힘든 일이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손님의 행패 그리고 제품관리가 만만찮은 만큼 초보자가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물론 몸이 피곤한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가 없다.

“처음에는 피곤에 지쳐 잠자리에 들면서 아침에 일어나지 않게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즐거움 마음으로 일어나 하루를 신나게 시작합니다”
무엇이 박 대표를 이렇게 변화시켰을까? 바로 마음의 즐거움이다. 박 사장의 즐거움은 남을 위해 뭔가를 하는 것. 바로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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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내 부모 내 자식
박 대표의 지난 시간을 낱낱이 알지는 못한다. 서울에서 살았고 고향이 온천으로 유명한 도고라는 것과 지금은 둔포에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며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정도가 알려진 것 전부다. 박 대표가 둔포로 온 것도 고향으로 온 셈이다. 말이 고향이지 사업체에 직접 보탬이 되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가게를 연지 3년 만에 이웃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박 사장은 해냈다.   

아산에서 가장 먼저 '충남 多사랑카드' 가맹점을 맺고 고객에게 혜택을 주기위해 노력했다.
“미약하나마 작은 힘이라도 지역에 보탬이 되고자 선뜻 가입했어요. 그런데 크게 활성화가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가게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지역을 위해 몫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셈이다.
박 대표의 이런 마음은 항상 자신이 필요한 곳을 찾게 만들었다. 지금은 아산종합사회복지관 홍보대사 역할을 맡아 ‘청노대학’ 어르신들을 위해 부지런히 봉사한다.

빵집 대표답게 빵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정성을 다 한다.
함께하는 봉사원들과 식사대접은 물론 혼자서 가능하다면 서슴없이 참여한다. 체전에 참가한 초등학생 단복을 맞춰준 것도 이에 해당한다. 아이들은 준우승으로 박 대표에게 보답했다.   

“최근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된 일이 요즘 가장 기쁜 일입니다. 그런데 기쁨도 잠시 3층에 마련된 공간이 어르신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최대한 빨리 1층에 쉼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다들 힘을 모을 예정입니다”
3층을 오르내리며 힘겨워 하시는 어르신들을 본 박 대표의 현재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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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란 남 의식 않고 꾸준한 것     
박 대표가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된 계기가 있다.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생활을 하던 그녀는 성동구에 살았다. 남산으로 운동을 자주 가면서 길가에 널 부러져 있는 소주병을 보면서 시작됐다.   

“일단 지저분하고 위험하기에 치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양이 적지 않아 병을 모아서 팔기 시작했고 그 돈을 좋은 곳에 쓸 수 있도록 보냈지요. 그때 작은 기쁨이 제 마음을 가득 채워 오는 것을 느꼈어요. 당시 소주병은 20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 대표는 그 후 지역봉사단체 참가해 힘을 보탰다. 아파트마다 다니며 의류를 수집해 성남의 보육시설에 가져다주는 등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도 힘든 줄 모르고 했다.  이렇게 시작된 봉사는 기업인과 장애인을 하나로 묶는 일으로까지 발전했고 15년 전쯤에는 매달 1500만씩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소외받는 아이들을 위한 후원금을 지원하는 일도 했다.

“당시 강남구는 모금액이 매월 1만원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모임이 없어졌다고 들었어요. 성동구는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구요”

박 대표가 이 말을 왜 하는 것일까?  바로 봉사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만큼 꾸준하게 하는 것이란 뜻을 전하기 위해서라는 느낌을 받았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봉사를 좋아한다. 둔포면 인구는 약 1만2000명. 언젠가 이들이 함께 이웃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봉사마을’이 될 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들었다.   

그 배경에는 박 대표의 부친인 6.25국가유공자 천안지회의 박우남옹(86)이 있다. 
박우남옹은 참전용사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친 분이다.

“아직도 많은 참전용사들이 나이 들고 병으로 인해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박우남옹은 요즘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키다 부상당하고 젊음을 바친 참전용사들에게 최소한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지원을 해달라고 탄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언젠가 그 의미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일을 부녀가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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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일 뿐
박 대표의 봉사는 자신의 행복이다. 박 대표는 베품을 통해 스스로 기쁨을 만끽한다. 그리고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퇴근길 늦은 시간 빵을 챙겨들고 소방서나 지구대를 찾는 것이 그에게는 작은 기쁨이다. 그리고 귀가해 즐거움 마음으로 잠을 청한다. 이렇게 깊은 잠을 자는 것이 그의 건강비결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건강한 듯 보였다. 그런데 그의 입에서 놀랄 말이 튀어 나왔다. “열심히 사는 것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순간 의아해 했지만 그 말은 박 대표의 현재 삶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평등하다. 아무리 큰 욕심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건강할 때 죽음을 준비하는 자세는 주변을 큰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에 매달리고도 남을 위해 뛰어 다니는 에너지는 바로 이것이었다.

박 대표는 사업도 열심히 한다. 둔포면 작은 동네가 그의 수입의 전부가 아니다.
찾아오는 손님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빵을 맛있게 먹는 법을 전수하기도 하지만 인근 기업을 찾아 영업을 한다. 일반 빵집주인으로서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적극성이다. 그리고 배달도 직접 간다. 이렇게 씩씩하게 사업을 해서 주변을 챙기는 것이다.  
  
박 대표가 요즘 준비하는 사업이 하나 있다. 바로 요양병원이다. 온양에 준비 중인 용양병원은 올 11월 경 문을 열 예정이다.

박 대표는 아마도 이곳에서도 자신의 몫으로 떨어진 봉사를 거뜬히 해 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즐거운 빵집 사장님이다.
빵집 사장답게 박 대표가 한마디 했다.
“호도파이를 홍차와 함께 드셔보세요 행복해지실겁니다!”

 

▲   부친 박우남옹은 6.25 참전용사의 권익을 위해 평생을 몸 바친 분이다.   © 뉴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