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인터뷰]
긍정 희망 잃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 지키는 지름길
구축된 사회안전망 적극홍보, 탐색통한 발굴도 절실 

우리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회가 복잡다양해지는 만큼 정신적 심리적 충격의 빈도는 늘어나고 강도는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건강검진을 받듯 정신건강을 관리해야한다. 따라서 정신건강전문병원에 대한 과거 편견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이와 함께 병원의 문턱도 낮아져야 한다. 이를 실천하는 병원이 있다. 국립공주병원이 그곳. ‘사람이 희망’임을 강조하고 ‘따뜻한 동행’을 병원의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립공주병원 이영문 원장을 만나 현대인의 정신건강관리와 병원운영 방침에 대해 들어봤다.
 

▲병원문턱을  낮추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제휴추진을 통해 국립공주병원을 전국적 정신건강전문병원으로 성장시키고 싶다는 이명문 병원장       © 뉴스후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삶의 자세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건강을 ‘질병이나 불구가 없을 뿐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완전히 안정된 역동적인 상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는 몸도 마음도 불편함 없이 안정돼야 하고, 사회적 활동도 지속할 수 있을 때 정신적인 평온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자세는 긍정적인 태도입니다. 10개 중에 5개를 잃더라도 5개나 잃었다는 자세보다는 아직 5개나 남았네 하는 마음자세가 중요합니다. 이러한 긍정성, 희망 등을 잃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최선의 자세입니다.
 
-정신건강이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은?
▲통상 정신건강이 약해지면 무기력감, 우울감, 불안, 죄책감, 불면,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게 됩니다.
또 신체질병이 없는데도 신체의 이곳저곳이 아픈 증상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대부분 환자들은 내 외과 진료를 우선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진료결과는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 경우 정신건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힘들다고 모두 자살을 선택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이 자살을 선택하나?
▲자살의 원인은 한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이 다르고 각자의 형편이 다름만큼 그 원인도 다양하다 할 수 있습니다.
자살을 크게 나누어 보면 힘든 것 즉 우울감을 동반한 자살과 충동적인 자살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정신건강이 약화되어 발생한 경우라는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평소 자아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생활환경에 적응하고 이겨나갈 수 있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이영문 원장이 가장 의미를 두고 있는 국립공주병원의 메인 공간. 이 원장은 모든 진료의 시작이 이곳에서 시작됨과 동시에 하늘이 열린 공간임을 강조했다.     © 뉴스후

-자살에는 생계형자살, 스트레스, 신체건강상태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예방법은?
▲앞서 말 했듯이 자살의 원인은 매우 다양해 그 예방이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자살원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없으며, 연령대에 따라 원인이 조금씩 다르다는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청소년의 경우 학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 청년층의 경우 우울감, 중장년층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 노년층에는 신체건강상태로 인한 자살이 많은 편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생계형 자살이 많은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가족이 동반 자살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생계형 자살의 경우 이미 운영되고 있는 사회안전망을 적극 활용해 예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시스템에 대해 적극적인 홍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 시스템도 수동적인 신고보다는 적극적인 탐색을 통해 도와주는 쪽으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예방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어떤 것이 있나? 선진국 사회안전망은?
▲우리나라는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상담체계를 잘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생계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초생활 및 기초의료보장, 긴급보장체계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다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국민들이 정책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적시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서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 예산 등이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2011년 3월 30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도 제정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한 상태입니다. 관계기관에서 정책 및 예산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진국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체계입니다. 자살위기를 위한 상담체계가 갖추어져 있고, 우울증 등 정신건강을 위한 치료지원, 자살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언론보도 지침이라던 가 유가족 지원, 자살위기에 있는 국민들을 초기에 발견해 지원하기 위한 게이트키퍼 등을 양성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정부는 2004년부터 자살예방종합대책을 국가차원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범 부처적인 정책추진이 필요한데 다소 미약한 실정입니다. 따라서 부처 간 정책조율을 좀 더 짜임새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살은 원인이 다양하고,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때문에 단기간에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은 중장기적인 시행을 지속해야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시행해 왔지만, 초기에는 부족한 예산과 정책의 다양성 등이 미흡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예산이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고, 관련한 정책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됩니다.

▲  국립공주병원 부설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대화하는 이영문 원장.   © 뉴스후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 이후 자살예방 민간단체가 급증하고 있는데 올바르게 운영되려면?
▲자살예방을 위한 민간단체가 증가하는 것은 자살에 대한 심각성과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효율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위해서는 정부의 종합대책 아래에서 민간단체 간 역할의 분담과 조율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 운영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명연예인 등 자살 이후 자살전염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 같은 ‘베르테르 효과’ 같은 자살충동 문제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자살은 전염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명이 자살하게 되면 평균 6명의 주변인에게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러한 자살전염 현상인 베르테르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자살과 관련된 자극적인 보도 등을 자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른 자살예방을 위한 언론보도지침도 마련되어 있으니 이를 숙지하고 준수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살충동은 스스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손을 내미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이를 인식한 주변인은 자살예방을 위해 구축된 시스템에 연계해 적절한 서비스를 받게 하도록 하는 것이 자살예방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살은 예방 가능한 사회적 질병이라고 한다. 청소년자살과 성인자살이 다르기 때문에 해법을 달리해야 한다는데?
▲청소년의 경우 정신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단계이므로 충동성을 조절하기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대단하기 때문에 이를 완화시키는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은 또래 친구, 선생님, 학교라는 기본적인 탐색체계가 있다고 보고, 고위험에 놓인 청소년의 경우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연계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우울감, 경제적 위기 등이 주된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우울증 등을 상담하고 치료연계 및 지원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다양한 홍보가 필요하겠습니다.

경제적 위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알려서 이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홍보에 그칠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국민에게 직접 정책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적극적인 발굴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직접적인 도움입니다.

▲  이영문 원장이 자연숲길 산책로를 돌아보면 환자들이 쌓아놓은 돌탑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뉴스후

-인터넷,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등을 통해 자살 관련 유해정보가 유통되고 있는데 자살에 미치는 영향은?
▲정보통신매체를 통해 대두된 문제는 동반자살과 자살방법의 불법적인 유포입니다. 인터넷을 통해 쉽게 동반자살자를 모집하거나 자살을 상호 독려하게 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살방법 및 자살을 하기 위한 약품 등이 쉽게 유포, 전달될 수 있어 이로 인한 문제점도 심각한 만큼 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준비한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제’는 어떤 프로그램이며 그 기대치는?
▲자살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국내외적으로 다양하게 소개되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모두 자살예방을 위한 긍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보이나, 국내환경에 적합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들을 전문가들의 검증을 통해 널리 알리고자 하는 취지로 마련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살예방은 적시에 효과적으로 운영되어야 그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프로그램들에 대한 전문가적 검증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의 ‘자살예방 프로그램 인증제’는 신뢰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전문가가 효과적이고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는 훌륭한 프로그램을 선별, 전달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외래진료실에 대해 설명하는 이영문 원장.   © 뉴스후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소식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예방을 위한 생활방식은?
▲우울증이 자살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연구된 결과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울증을 이른바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데, 감기가 걸리면 진료를 받고 치료를 받는 것처럼, 우울증도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울증 증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사고와 주변의 관심, 스트레스 완화, 휴식, 운동 등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등이 필요합니다.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설문조사가 있는데 정신건강에 파란 불이 켜질 수 있는 방안은?
▲우리 사회는 일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근무시간이 길고, 근무강도 역시 상당히 센 편에 속합니다. 따라서 그만큼 업무와 관련해 스트레스도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환경적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겠고 근무시간과 근무강도의 조절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쟁보다는 상생과 긍정적인 태도 가질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나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 데이케어센터 일정표를 확인하는 이영문 원장.    © 뉴스후

-초중고 학생들도 정신건강 위험군이다. 100명 중 7명 정신건강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조사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청소년층의 스트레스와 경쟁, 과중한 학업 등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청소년의 경우 아직 보호를 받아야 하는 만큼 학교, 교사, 또래 등의 관심이 중요하고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의 선별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합니다.

선별된 학생들은 각 학교 내 상담교사, 교육청, 시군구별 정신건강증진센터 등으로 연계해 적절한 서비스를 받도록 체계가 되어 있습니다.
 
-요즘 ‘심리적 부검’이란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설명과 자살예방에 어떤 도움이 되나?
▲보통 사람이 사망했을 때 사망원인을 추정하기 위해서 부검을 하게 됩니다. 이는 부검을 통해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자살의 경우 신체를 부검해서 자살의 방법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따라서 자살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행적, 상황, 주변인의 진술 등을 통해 이 사람이 왜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추정하는 것이 바로 심리적 부검입니다.
심리적 부검을 통해서 자살자가 왜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원인을 추정하게 되면, 원인별로 예방을 계획하는 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영문 원장은 ‘사람이 희망’이라는 단어를 염두에 모든 일에 접근한다. 그 의미를 설명하는 이영문 원장.    © 뉴스후

-국립공주병원장으로서 경영방침은?
▲우선 병원 스스로가 치료공동체를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의료진과 환자, 기관장과 직원의 수평적 관계, 인권존중은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환우에게 자유를 주는 것을 비롯해 병원이지만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시스템 개발에 노력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주병원이 단순한 치료기능을 하는 병원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서의 중심, 중부권 전반 정신의료기관이라는 국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기관운영의 핵심 키워드로 3가지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람중심’ ‘어울림’ ‘배움’입니다.

이 3가지에 대해서 좀 더 풀어보자면 우리조직은 누구라도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한다는 마인드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밀착해 치료와 재활을 제공하고, 참된 인권의 가치와 의미를 실현해 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국립공주병원의 비전이 ‘따뜻한 동행’입니다.
국립공주병원이 있어 행복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재임기간동안 이것만은 꼭 준비하거나 이루고 싶은 것은?
▲국립공주병원에 부임한 후 새삼 그 잠재력에 놀랐습니다.
 인적자원을 비롯해 기능적인 면에서 충분한 가능성을 봤고, 하드웨어적으로도 훌륭한 시설과 규모를 확인했습니다. 감히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치료 및 시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우선하고 있는 충청권 중부권 정신건강 전문병원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 및 지자체와 연계해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이 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희망’입니다. 전 직원이 모두에게 희망의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들을 격려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