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까지 용인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다. 10년 남짓하다보니 빈 액자며, 깨진 유리 등 폐기물이 적잖이 생겼다. 바로 처리가 쉽지 않아 임시로 모아둔 것이 계단 아래며, 창고며 여기저기 가득했다.

갤러리가 지하실이다보니 방치된 폐기물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각적 불편함은 물론, 습기와 곰팡이 냄새 등 작품 손상 우려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건강마저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그렇게 버티다 지난달 사업을 접으면서 폐기물 처리를 하게 되었는데 1톤 트럭 3대분이 나왔다. 파손된 유리조각을 불연성 폐기물 마대자루에 담아 따로 내놓은 것만도 20L로 10개 정도는 됐다. 아마도 이렇게 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든 비용만 100만원은 된 것같다.

갤러리를 접고, 인터넷신문사를 맡았다. 며칠전 각 시군에서 들어오는 기사자료를 보면서 ‘아뿔싸’하며 아쉬움의 무릎을 쳤다. 

사업장이 있던 용인시에서 ‘소상공인 재도약 환경개선사업’ 신청 공고가 뜬 것이다. 소상공인들의 노후 점포 환경 개선을 돕는 사업이었다.

용인시에 등록된 사업자중 일정 매출 이하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사업의 적정성 등을 평가해 120곳에 점포당 최대 200만원을 지원했다. 물론, 심사결과에 따라 내가 신청을 했어도 지원대상에서 탈락할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아쉬움이 큰 것은 사실이었다.

갤러리가 있는 3층 짜리 상가건물은 지은지 오래되어 점포마다 폐기물이 쌓이고, 수도관이 새거나 간판이 낡은 등 손봐야 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각 점포에 이런 제도가 있는데 알고 있는지 물어봤다. 미용실이며, 부동산이며, 세탁소며 모두 금시초문이었다.

알고 보니 이번과 같은 ‘소상공인 환경개선사업’은 몇 년 전부터 있어왔던 것인데 주위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용인시만 이런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다. 경기도내 수원시 안성시 군포시 등 많은 지자체에서 이와 유사한 성격의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낡은 간판을 교체하거나, 인테리어를 개보수하고, CCTV를 설치하는 등 사업 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돈100만원이 부담스러워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악한 여건의 소상인일수로 더욱 그러할 것이다. 때문에 지자체에서 경쟁하듯 매년 펼치고 있는 ‘소상공인 환경개선사업’은 매우 칭찬받을 사업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를 알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수시로 해당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와 언제 이런 사업이 진행되는지 체크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다. 장사하기 바쁜, 인터넷 사용과는 거리가 먼 나이 드신 사장님일수록 이런 제도는 ‘그림의 떡’이며 ‘그들만의 잔치’일 수 밖에 없다.

아는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것이다. ‘소상공인 환경개선사업’은 예로 든 것일 뿐 실제 지자체에서 특정 계층을 위해 펼치는 지원사업은 다양하다. 그런데도 지자체에서 대상이 되는 당사자에게 미리 정보를 주지 않는 한 모르고 지나치는 사업이 대부분일 게다.

이번 사업만 해도 몇년간 코로나 피해 지원사업을 하며 파악된 소상공인들의 리스트는 쉽게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그때 그들에게 문자로 메시지를 전달했듯 이번의 경우도 소상공인들에게 홈페이지 방문이라도 한번 해보라고 문자하나 보내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직 대부분의 지자체가 사업 공고를 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알아서 찾아오는 손님만 받지 말고, 해당 소상공인들에게 미리 안내 문자하나 보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