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남경필, 새누리당 유력잠룡 침몰 내분에 ‘조기등판론’
전직 손학규, 때와 명분 찾아 정계복귀 선언...“분위기 좋아”

1947년생 손학규...새판 짠 후, 이번이 마지막 도전
남경필...도정 평가받은 후, 차차기 도전가능성 높아

▲잠룡 경기도지사들은 언제나 청와대 입성을 꿈꾸고 있다.      © 뉴스후

전국 최대 지자체. 대한민국의 심장부라 불리는 경기도. 하지만 경기도를 이끈 경기도지사들은 잠룡신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누구도 승천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본선후보로 나서지도 못했다. 반면 경기도와 겨누는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은 청와대 입성에 성공했다. 서울특별시와 경기도가 비교되는 부분이다. 그동안 22명의 경기도지사 가운데 권력의지를 강하게 비친 도지사는 이인제 손학규 김문수 그리고 현역 남경필 지사를 손에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민선도지사로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잠룡대접을 받았다. 이 중 이인제 김문수 전 지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낙선하면서 대권가도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조기등판론’의 주인공이 된 남경필. 정계은퇴 후 칩거해온 손학규의 ‘새판발언’은 정가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때만 되면 꿈틀대는 경기도지사 대권론을 살펴봤다. 

경기도백 출신 잠룡은 누구?
경기도지사가 대권주자로 급부상하는 것은 경기도가 갖고 있는 환경 때문이다. 일단 전국 최대 1300만 명의 인구가 모여 있는 만큼 유력한 대권후보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표심이다. 경기도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경기도지사는 대권 등 결정적인 순간에 도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란 결코 싶지 않다.

경기도지사가 잠룡으로 대우받기 시작한 것은 민선도지사 때부터다. 그 첫 주인공이 이인제 전 지사다. 이인제 전 지사는 1995년 민자당 소속으로 민선 제1기 경기도지사가 됐다. 그 전에는 재선의원이었다(안양갑). 이 전 지사는 도지사 당선 2년 후인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으나 이회창 후보에게 밀렸다. 경기도지사 임기를 다하지 않고 대권행보에 나선 이인제. 경기도지사의 대권저주는 이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민선 제3기 손학규 전 지사는 광명시에서 재선을 했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2기 낙선, 16대 총선 당선을 거쳐 2002년 민선3기에서 경기도지사가 됐다.
그러나 손 전 지사의 대권행보도 순탄치 않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을 도우며 2007년 제17대 대선경선에 도전했다. 하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밀렸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했다.

손 전 지사의 정치재기는 2014년 7월 재보선에서 꺾였다. 수원병 선거구에서 정치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패배했다. 그 후 정계은퇴를 선언, 전남강진에서 칩거해왔다.

▲ 경기도지사로 재임 중이던 2006년6월30일 민생투어 떠나는 손학규 지사    ©뉴스후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손학규 전 지사를 이어 민선4,5기 도지사를 지냈다. 유일한 재선 경기지사다. 김 전 지사는 경기도지사로 선출되기 전 15~17대에 걸쳐 경기부천소사에서만 3선을 했다. 김 전 지사의 대권도전은 18대 대선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대선후보 경선을 치렀으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도지사직을 사퇴하지 않았기에 나머지 임기를 모두 마쳤다. 이번 4.13총선에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지역(수성갑)에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패했다.    

 

현역 남경필의 대권의지는?
지난 4.13 총선에서 유력 대권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급부상한 이유다. 물론 남 지사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대권후보군으로 떠올랐다.  

그 가운데 남지사의 대권의지가 가장 구체적이다. 
남 지사는 16일 중앙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게 꿈, 그 수단은 협치와 연정”이라고 밝혔다. 그 말은 행동으로도 옮겨졌다. 국회를 찾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야당과의 연정을 직접 설명했다.

▲   2016년 5월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연정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후

남 지사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하나는 분열하는 정치판에 협치를 강조하는 순수한 시각도 있다. 반면 남 지사의 트레이드마크인 연정과 협치를 중앙정치에 던지면서 자연스럽게 대권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남 지사의 인사정책 역시 대권행보로 지적받았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경기도 평생·시민교육 온라인프로그램 ‘지무크(G-MOOC)’단장으로 영입한 부분이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경기도정이 조기에 대선캠프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며 “이외에도 정치적 해석을 할 수밖에 없는 인사가 있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지무크는 다양한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윤 전 장관이 적격이라 모셔왔다”고 해명하며 “대선 도전과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지사는 대선행보의 보폭을 좁히지 않았다. 연일 이어지는 중앙언론과의 인터뷰가 그것이다. 또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남 등 중앙정치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5월16일 같은 날 중앙언론에 상반된 기사가 나와 혼란을 주기도 했다. “‘대통령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이란 한 신문의 제목과  “지금은 경기도지사로서 그 의무를 다하겠다"는 또 다른 신문의 표현. 남 지사의 속마음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언젠가는 대선에 도전하겠단 의미로 길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남 지사의 대권주자 급부상은 남 지사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총선에 패배한 새누리당의 혼란이 남 지사 조기등판론을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권에 꿈이 있는 남 지사로서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 요청 등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의사전달을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남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취임한 지 이제 2년이 조금 넘었다. 경기도지사로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아무리 상황이 상황이라도 도지사 자리에 앉아 중앙정치를 기웃거리는 것은 박수 받을 행동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남 지사의 대권행보 논란과 조기등판론에 대해 경기도의회는 경고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직 지자체장들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 1년 반 전부터 선거 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결국 도정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남 지사의 대권도전.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권력의지다. 남 지사는 경기도정에서 평가받으면 그 후엔 대권 도전하겠다는 말을 했다. 따라서 그의 대권도전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적절한 때를 찾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때가 언제인지는 누구보다 남 지사가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손학규 정계복귀 선언 ‘의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이 ‘새판짜기’를 앞세워 정계복귀를 시사했다. 1947년생인 손 전 고문의 나이를 감안할 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시선이 많다.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손 전 고문은 전남강진에서 1년10개월간 칩거해왔다. 그럼에도 늘 중앙정치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이번 4䞉총선에서도 손 전 고문 모시기가 치열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때와 장소와 명분을 기다렸다고 볼 수 있다.

그때와 장소가 왔다. 바로 5.18 광주였다. 명분은 그의 일성에서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손 전 고문은 5䞎민주화운동 기념식 날 기자들과 만나 𔄝䞎(민주화운동)의 뜻은 시작이었다”며 𔄝䞎은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며,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늘이 새로운 게 아니지만 새롭게 느껴진다. 국민의 염원을 담아 ‘새판’을 시작한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 2014년 6월30일 오전 의정부 가능역광장에서 김문수 경기지사가 이임행사로 무료급식 배식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 뉴스후

손 전 고문의 의중은 측근들과의 만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자신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관계자, 지지자 300여 명과 오찬을 하면서 손 전 고문은 “광주와 전남 강진, 서울, 충청, 속초에서 온 분들(지지자)이 새판을 시작하고자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 (제가)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발언이 손 전 고문의 공식적인 정계복귀 선언은 아니다. 하지만 정계 복귀는 기정사실화한 발언이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는 여러 측면에서 현 정국과 맞아 떨어진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쟁구도, 내분에 휩싸인 여권 상황까지 그를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 살아남은 손학규계 당선자는 무려 20여명으로 역대 최대다. 이 힘은 정치판을 흔들만한 힘이 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이 연일 깨지는 소리를 내고 있기에 더욱 의미심장하다.

손 전 고문은 어느 방향을 향해 걸을까? 야권생활 10년이다. 새누리당으로 가는 것 결코 쉽지않다. 또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주인이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의 선택은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손 전 고문의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만남이 있었다. 5䞎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만났다. 정 의장은 퇴임 후 ‘새한국 비전’이란 싱크탱크를 만들어 중도 정치세력을 망라한 제3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손 전 고민이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니면 이런저런 이유로 설 자리를 찾지 못하는 유승민 등 유력인물들과 새판짜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손 전 고문의 기정사실화 된 정계복귀의 운명은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정계은퇴 선언 후 복귀는 그만큼 만만찮다. 때와 장소를 그리고 명분을 제대로 잡았다 하더라도 유권자의 선택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정치권의 분열이 새판을 짜기에 적당한 시기인 것은 사실이다. 손 전 고문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고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항상 유력 대권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당내 지지를 얻지 못해 문턱에서 좌절한 손 전 고문. 경기도지사 출신 최초의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을지 그의 한걸음 한걸음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