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는 최근, 시정홍보용 현수막으로 구석구석 도배
도청이전·부채제로선포식·여성특별시용인...결과는 부실
‘과대홍보’ 정찬민 향후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견해있어  

▲ ‘채무제로’ 대형현수막이 걸린 용인시청.     © 이균 기자

정찬민 용인시장이 시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분주하다. 문제는 단체장으로서 묵묵히 제몫을 다하고 평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해 ‘도청이전’제안부터 ‘부채제로선포’ 그리고 ‘여성특별시용인’ 등 정 시장의 광폭행보에는 무리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 시장의 행보를 놓고 너무 빠른 선거준비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특히 정 시장을 둘러싸고 경기도지사 출마설까지 나오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용인시에는 현수막이 유난히 많이 걸렸다. 물론 적극적인 시정홍보를 가지고 과대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다만 정 시장의 홍보는 무산됐거나, 과대해석이거나, 실효성이 없기에 하는 말이다. 이에 지난 해 말부터 최근까지 용인시의 굵직한 홍보를 분석해봤다. 정 시장의 속마음을 조금은 엿보기 위해서다. 용인시민은 정 시장의 행보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 정확히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제로’ 그 진실은 어디에?

최근 용인시에서 가장 ‘핫’한 것은 용인시의 채무제로선포다. 용인시민이라면 누구나 깜짝 놀랄 얘기다. 용인시민이 아니더라도 용인시의 채무제로선언은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경전철과 관련해 엄청난 규모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는 것을 용인시민이 아니더라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30년 동안 들어갈 운영비 등을 포함했을 때 그 돈이 자그마치 2조5000억에 달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용인시 채무제로선언은 많은 사람에게 혼란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때, 경전철 관련 빚으로 인해 불안에 떨었던 용인시민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정 시장이 채무제로를 선포했다. 선포식을 통해 ‘용인시민의 힘으로 빚을 다 갚았다’고 발표했다. 그것도 수많은 시민을 모아놓고 진행했다. 다문화가족은 물론 어린이까지 선포식에 참석했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행사였다.  

용인시청에는 지금 대형현수막이 걸려있다. ‘채무 8000억 빚 다 갚았습니다. 2017년 새롭게 시작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리고 용인시 전역에 이와 관련된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단체들 명의로 현수막이 대로 곳곳에 걸려있다. 용인시민은 물론 외지인까지 이를 쉽게 볼 수 있다.

용인시 채무제로 선포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그 가운데 다수는 정 시장의 과대홍보를 지적하고 있다.

용인시청 근처 식당을 찾아 채무제로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시민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몇 년 동안 경전철 빚 때문에 그 난리를 쳤는데 어떻게 벌써 다 갚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또 다른 이는 “채무가 없다고 하니 믿어야 될 것이고, 다행이지만 어떻게 계산해서 그런 결론이 나왔는 지는 잘 알지 못한다”며 의문을 나타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어렵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들어도 모르겠다” 등의 답변이었다. 용인시에서 채무제로라고 선포했으니 그런가 보다 하는 입장이 대분이었다.

지난 해 채무제로를 선언한 타 지자체 한 관계자는 “용인시가 결산상, 즉 데이터 수치상 채무제로는 맞을 것”이라며 “용인시의 경우 경전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채무제로라고 해서 재정상태가 과연 건전한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용인시 채무제로 선언에 대해 한 시민은 “엄청난 예산을 다루는 시 재정문제를 설명을 듣는다고 알아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류적으로 채무제로를 만들어 놓고 이를 악용한다면 그것은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시민의 지적대로 용인시 채무제로 선포는 빚을 다 갚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채무 8000억 빚 다 갚았습니다’ 라는 용인시의 주장은 과대홍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다시 말하면 용인시는 지방채를 갚은 것이지 빚을 다 갚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전철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높은 이자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빚을 다 갚았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는 정 시장. 결국 자신의 실적을 과대포장해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채무제’로 정찬민의 계산법

정 시장이 밝힌 채무제로 내용은 이렇다. 2014년 7월 취임 당시 지방채 4550억원, 용인도시공사 금융채무 3298억원 등 총 7848억원에 달했던 채무를 모두 갚아 '채무제로'를 선언한다고 밝히고 있다. 현수막에 ‘채무 8000억 빚 다 갚았습니다’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특히 정 시장은 취임한 지 2년 반 만에 빚을 모두 상환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의 설명을 더하면 “채무제로의 대상에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된 하수관거 임대료와 경전철의 관리운영권 가치상각액 등과 같은 장기 우발부채 등은 제외된다”며 “용인시가 총 7848억원 지방채를 다 갚았기 때문에 채무제로 선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발끈하는 사람이 있다. 용인시의회 유진선 의원(더불어민주당)이다.
용인시의 채무제로에 대해 '용인시가 정말로 빚을 다 갚았느냐?', '경전철 빚은 빚이 아니냐?'며 질타했다.

유 의원이 이처럼 용인시와 정 시장을 향해 송곳질문을 하는 이유는 채무와 부채의 사전적 의미를 봐도 알 수 있다.   

국어사전에 채무(債務)는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 부채(負債)는 ‘남에게 빚을 짐’으로 나와 있다. 용인시는 채무제로를 선언했다. 이는 빚을 갚아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용인시는 경절철 문제가 있다.

 

앞으로 30년 동안 원금과 이자 그리고 운영자금까지 엄청난 채무. 즉 빚을 갚아야 하는 의무가 있다. 용인시는 지방채를 갚고 채무제로를 선언한 것이다. 용인시는 결국 말장난이란 질타를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인시민은 어떻게 이해할까?

용인시 채무제로선포에 복선이 깔려 있다는 분석은 시흥시의 경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시흥시의 경우 지난해 4월 부채제로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 절차와 배경이 용인시와는 사뭇 다르다.

시흥시는 배곧신도시 토지매입을 위해 3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당시 김윤식 시장은 많은 질타를 받았다. 시흥시가 빚더미로 인해 금방이라도 파산할 것이란 말도 돌았다. 그 후 시흥시는 7년의 시간을 통해 빚을 갚는 데 성공했다. 3000억원 갚는데 7년이 걸렸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흥시가 7년만에 빚갚고 채무제로를 선언한 것은 포플리즘 때문이 아니라 불안해하는 시민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3선인 김 시장은 남은 임기동안 대형사업보다 안정적인 마무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시흥시는 앞으로 크게 빚질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행정가 출신인 이필운 안양시장은 2017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안양시는 채무제로를 선언하지 않냐?”라는 질문에 “채무가 없는 것이 곧 잘 돌아가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적극적인 사업을 펼치거나 시급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채무제로에 얽매이기보다 적재적소에 원활한 자금흐름을 활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잘하는 시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채무제로가 곧 부자지자체가 아니라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용인시의 부채제로선포가 곱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이밖에 기업의 현재가치를 파악하는 중요지표인 대차대조표에도 잘 나타나 있다. 즉 '자산=자본+부채'라는 회계의 기본등식을 놓고만 볼 때 채무제로는 자산의 감소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용인시 대로 곳곳에 걸린 채무제로 현수막.    © 이균 기자

 

도청유치 무산과 여성특별시는?

정찬민 용인시장의 독단은 옛 경찰대 부지에 경기도청을 유치한다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계획은 성사만 된다면 용인시민으로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 최선을 다해 해 볼만 한 도전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을 정 시장이 무작정 뛰어 들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 시장으로서는 얻은 것이 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용인시민을 결속시켰다. 그때도 용인시 구석구석에 현수막이 걸렸다. ‘경기도청 용인시 유치를 환영합니다’ 등 다양한 단체에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시민단체들도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등 용인시가 덜썩덜썩했다.

그러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았다. 경기도청이 옛 경찰대 부지로 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았다는 것을. 하지만 핑크빛 계획을 펼치며 시민을 움직였다.

당시 경기도청에서는 검토 가능성에 대해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예정지인 광교를 소유한 수원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일은 수원시 동의를 받지 않고는 성사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시장은 사전협의 한 마디 없이 덜컥 발표부터 했다. 그리고 시민을 움직였다. 최종 결정되기 직전까지 용인시와 시민단체는 멈추지 않았다.

이제 결론이 났다. 무산됐다. 하지만 정 시장은 이에 대한 아무런 말이 없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정 시장의 경기도청 유치는 정치노림수였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가까이에는 대선, 내년 지방선거 등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 시장은 언론출신이다. 그래서 홍보에 강할 수 있다. 다르게 표현하면 언론플레이가 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 지 용인시는 캐치프레이즈가 많다. 그중하나가 ‘여성특별시용인시’다 고속도로 광고판에서 어느 날 눈에 띄었다. ‘엄마도시’ ‘태교도시’라고 표현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그 대상은 여성이다.
용인시는 이에 대해 “여성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여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의 반응은 달랐다. 구호만 난무하고 실효가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시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꼬집기도 했다. 용인시 내부에서 무엇보다 실질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여성특별시용인시’ 이 역시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포플리즘이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정 시장이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는가? 이를 두고 분분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 시장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