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동호회 독도사랑·국토사랑회 출범 홍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결과...졸속진행 질타 소리높아
위안부 할머니 뜻 받들겠다. 소녀상 독도 설립 강행 

▲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독도 소녀상 모금운동 개시식’ 모습. 하지만 행자부의 통보로 모금은 중단됐다.   © 뉴스후

경기도의회가 전국, 아니 국제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후 한일관계가 들썩거렸고 법적인 문제까지 등장했다. 독도의 환경적인 요인까지 거론되며 반대의견도 나왔다. 이뿐 만이 아니다. 힘을 보태줄 것으로 알았던 광역단체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건립의지는 현재까지 확고하다. 경기도의회가 이처럼 독도소녀상 건립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봤다. 또 무엇을 얻고, 어떤 것을 잃을 수 있는지 짚어봤다.

 

불 지핀 도의회, 결과는 미지수

경기도의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예민한 한일관계와 얽혀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바로 ‘독도 소녀상 건립’ 때문이다. 

그 발단은 지난 해 12월13일 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이 시작이다. 민경선(더불어민주당·고양3) 의원이 독도와 도의회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면서 부터다.

민 의원은 지난 해 10월11일 출범한 도의회 동호회인 독도사랑·국토사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모임에는 34명의 경기도의원 도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당시 모임에 참여한 도의원들도 그 취지에 동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해가 바뀌었다. 1월16일 본격적인 일이 시작됐다.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독도 소녀상 모금운동 개시식’이 있었다. 도의회에 모금함이 설치됐다. 연말까지 7000만원을 목표로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소녀상 1개 건립비용은 3500만원. ‘의회’와 ‘독도’ 두 곳에 설치할 소녀상 제작비 모금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민 회장은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지 5주년이 됐다. 하지만 진정한 반성은 없다. 역사왜곡과 우경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독도침탈 야욕까지 보인다. 따라서 독도와 도의회에 소녀상을 세워 산교육의 장으로 삼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민 회장이 이날 밝힌 일정은 이렇다. 올 상반기 도의회에, 그리고 12월14일쯤 독도에 소녀상을 세운다는 것. 12월14일은 서울일본대사관 평화의 소녀상 건립 6주년이 되는 날이다.

 

문제제기에 따른 도의회 선택은?

그 후 분란은 일어났다. 취지는 좋았으나 결과는 꼬인 셈이다. 외교부가 바로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는 “소녀상과 성격이 전혀 다른 독도와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소녀상은 보편적 인권문제로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와 관련된 것이라면, 독도는 우리 영토주권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두 사안은 서로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밝히자 마자 일본 기시다 외무상은 "다케시마(독도)는 원래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경기도의회가 일본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한·일간 외교문제로 비화시켰다는 견해도 있다. 

반대 의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독도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경북도의회 반응은 싸늘했다. 소녀상을 독도에 설치하려 하면서 상의 한마디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경기 경북도의회 의장의 만남이 무산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경북도의 심기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경북도의회측은 경기도의 움직임에 대해 “(정치적인) 인기를 위한 것으로만 보일 뿐”이라며  “독도 소녀상 설치는 포퓰리즘적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며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에 접어들어 경기도의회 내부에서도 반대의견은 나왔다. 서형열(더불어민주당·구리1) 의원은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는 독도는 국제법상 우리 영토이며,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분리해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독도수호전국연대 부의장으로 시마네현이 2월 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제정한 2006년부터 매년 기념식에 맞춰 항의방문을 해온 인물이라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는 여론이다. 

 

▲  경기도의회가 독도에 소녀상을 건립한다고 발표하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KBS-TV화면캡처)

 

도의회, 소녀상 독도건립의지 강력

소녀상 독도건립은 국내외적으로 순탄치 않다. 하지만 경기도의회측은 계획을 굽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의회 독도연구회 회원 33명은 지난 2월7일부터 서울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앞에서 일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도 소녀상 설치에 대해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함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 우리 땅에 소녀상을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일본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이 지지자들의 입장이다.

경기도의회가 독도 소녀상 건립계획을 철회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독도연구회 소속 의원들은 지난 2월6일 일인릴레이 시위에 앞서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했다. 여기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견이 큰 힘이 됐다는 것.

 

민 회장은 “독도에 소녀상을 설치하기 전에 위안부 할머니를 모시고 독도를 방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독도 소녀상 건립위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금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임을 강조했다.   

 

특히 소녀상 독도 설치를 위한 모금운동과 관련한 대안도 추진 중이다.  행정자치부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모금운동을 펼치는 것은 위법이라고 도의회에 통보한 바 있다.

이 같은 행자부 통보에 도의회는 모금함의 도내 확대 설치를 중단하는 한편 모금운동을 민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도의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소녀상 건립을 이런 문제 때문에 중단할 수는 없다.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계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독도사랑·국토사랑회’는 동호회 차원의 모금운동에서 도내 시민·사회·종교 단체가 참여하는 민간위원회로 넘길 방안을 세워놓고 있다.

민 회장은 “독도와 도의회에 소녀상을 건립할 비용 모두를 기부하겠다는 업체 대표의 연락도 있었다”며 “온 국민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독도 소녀상’ 건립을 이대로 중단할 수는 없고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 계속해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대로 준비 못한 점 지적받아

경기도의회 독도 소녀상 건립은 사전준비가 철저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많다. 감성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문제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냉정이 필요했다는 견해가 많다. 

가장 먼저 한·일 외교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독도라는 영토문제와 일본군 위안부인권문제가 엮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 강하게 나왔다.

 

또 소녀상 제작에 들어갈 비용문제도 걸림돌이 있었다. 행정자치부는 현행 기부금품법 제5조를 거론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와 그 소속 기관 공무원, 출자·출연한 법인·단체는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지방공무원복무규정은 공무원의 범위에 지방의원도 포함하고 있어 도의원도 이 법률을 적용받게 된다는 것. 결국 도의회는 모금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독도는 천연기념물 제336호로 지정돼 잇다. 따라서 소녀상 설치와 관련된 법률에 대한 공부도 필요했다.

독도수호대도 반대성명서도 참고할 필요성이 있다. 독도수호대는 ▲독도문제에 대한 이해력 부족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우려 ▲독도문제분쟁 관련 일본에 빌미 제공 ▲괭이갈매기 배설물로부터 관리문제 등을 거론했다.

 

따라서 정치문제는 짐작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당국과 사전협의는 필요했다. 이를 통해 모금 등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했어야 했다. 그런 과정 속에 도의회의 취지를 정부는 물론 단체들에게 알려 협조를 구하는 것이 필요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독도소녀상을 추진한 경기도의회 동호회인 독도사랑·국토사랑회다. 지난 해 10월11일 출범했다. 너무 의욕이 강했다는 여론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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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도의회 의장들 '독도 소녀상' 어떻게 생각하나?

경기도의회 ‘독도 소녀상’건립 찬반의견이 뜨거운 가운데 문화일보가 제주도의회 의장을 제외한 16개 시·도의회 의장들을 상대로 ‘독도 소녀상’ 건립에 대한 긴급의견조사를 했다. 그 결과, 반대가 8명으로 찬성(4명)의 2배에 달했다. 나머지 4명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서울·광주·경기·전북만 찬성했고, 부산 대구 인천 울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등이 반대했다. 이밖에 대전 충남 전남 세종이 유보했으며 제주는 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독도 소녀상 건립은 시끄럽지만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은 전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 여주에서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 가시화되고 있다. 비용은 물론 설치장소까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추진되고 있다. 용인시에도 '평화의 소녀상'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오는 3월1일 오후 2시 처인구 감량장동 통일공원에서 발대식을 갖고 8·15 광복절에 맞춰 소녀상을 설치키로 했다. 소녀상 설치비용은 모금운동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개인이 소녀상을 세우는 곳도 있다. 경남 김해시 서울이비인후과의원 내에 '소녀상'이 그것. 현재 전국 50여 곳 소녀상 가운데 실내에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소녀상 건립 주체가 단체가 아닌 개인이 세우는 첫 사례다. 소녀상 건립비는 모두 1천300만원으로 전액 정태기 원장이 냈다. 소녀상은 오는 27일 오후 2시 제막식을 연다.

 

▲  경남 김해시 한 병원에 설치될 소녀상. 개인이 실내에 세운 최초의 소녀상이다.   ©뉴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