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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38회 ‘책의 날’ 기념, 문화체육부장관상 수상한 김우진 교보문고 팀장

“활자를 가까이 하고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

김정덕 기자 | 기사입력 2024/10/20 [11:49]

[문화인터뷰] 38회 ‘책의 날’ 기념, 문화체육부장관상 수상한 김우진 교보문고 팀장

“활자를 가까이 하고 책과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
김정덕 기자 | 입력 : 2024/10/20 [11:49]
▲ 30년 한 길을 걸으며 독서문화 발전에 힘쓰는 교보문고 김우진 팀장이 제 38회 '책의날' 문체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 김정덕

 

[뉴스후=김정덕 기자] 대한민국에 정말 오랜만에 독서 열풍이 불고 있다. 국내는 물론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영향은 과히 놀라울 정도다. 수상 소식이 들려온 지 5일 만에 그의 작품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포함해 총 100만부 넘게 팔려 나갔다.(15일 집계 기준) 대형서점에는 문을 열기도 전에 그의 작품을 사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날이 갈 수록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 들어 한숨이 이어졌던 서점과 출판업계에는 모처럼 조성된 선물같은 분위기가 오랫동안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기쁜 소식이 있기 직전까지 우리 나라의 독서 문화는 조금씩 침체되는 모습이었다. 문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10명 가운데 6명 정도는 1년 동안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 중,고 학생들의 독서율은 조금 올라 성인의 10배를 기록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희망을 걸고 독서인구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난 10월 11일 ‘제 38회 책의 날’ 기념행사에서 문화체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교보문고 김우진 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장관상 수상에 대해 축하를 건네니 담담하면서도 겸손한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저 보다 더 애쓰시고 큰 일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별한 일을 했다기 보다는 그저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수고했다라는 뜻으로 감사히 받았습니다.”

 

김 팀장은 올해로 정확히 30년 째 교보문고에 몸 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입사해 지금까지 오직 한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셈이다. 책과 출판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쉽지 않은 기록임은 분명하다.

 

“아버지께서 국어 선생님이셨습니다. 덕분에 집에 책이 많았고 그래서 어릴 때 부터 밖에서 놀기 보다는 집에서 책을 보는 것이 더 재밌고 좋았습니다. 동화책은 물론이고 소설, 무협지, 만화책까지 책이면 가리지 않고 읽었습니다.”

 

그런 성장 배경 때문에 지금도 운동에는 소질이 없다고 웃는 김 팀장은 인생의 대부분을 책과 함께 해왔다고 할 수 있겠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학에서 국어국문을 전공하고, 졸업 후 교보문고에 지원서를 넣은 것도 그래서 우연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30년이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인 만큼 그가 쌓은 경험 또한 만만치 않게 다양하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맡은 업무는월간 도서정보지인 <지구촌 책정보>를 제작, 편집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미디어 환경이 변하기 전까지 <지구촌 책정보>는 연간 발행부수 1백만부를 넘겼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양한 문화, 출판, 도서 정보를 제공했다. 

 

사회 초년생으로 월간지 제작을 통해 출판 실무를 익힌 그는 이후 경험의 폭을 서서히 넓혀갔다. 이청준, 조상원, 윤형두등 문인 및 출판인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정호승 시인등과 함께 문학 강좌를 진행해 학생들 및 일반인들에게 책과 문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또 인터넷 서점이 활성화 되기 전에는 북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창고에 묵혀있던 고전과 양서를 발굴, 통신 판매를 통해 좋은 책을 제공해 많은 호응을 얻었는데 이때 축척된 데이터가 향후 인터넷 서점의 기본 프로세스로 활용되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이 본격적으로 출범하면서는 출판문화 활성화를 위한 소통 접점을 더욱 확대했다. 매일 쏟아지는 많은 신간들을 엄선해 분야별 주요 도서를 지정, 메인 화면을 통해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했으며 우수 출판사와 도서들을 소개해 독자들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전하고 독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인터넷 서점 MD를 거쳐 3년간 부천점 팀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서점을 찾는 독자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현장 경험을 쌓기도 했다. 

 

온, 오프라인 경험을 토대로 2006년 부터 현재까지 경영감사팀에서 근무 중인 김 팀장은 지금은 출판업계 윤리경영에 대해 힘쓰는 중이다. 서점업계 최초로 윤리경영을 선포하는가 하면 사내 명예윤리직원들과 함께 <교보문고 직무윤리행동 규범>을 완성, CEO부터 신입직원까지 윤리를 바탕으로 건전한 성과를 창출하고 상생과 동반 성장의 기틀을 다져가는 중이다.

 

이번 문체부 장관상 수상 역시 출판업계 성장을 위한 이런 다양한 경험과 성과, 그리고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는 그의 노력들이 온전히 인정받은 결과다. 

 

오랜 동료들이 회사 방침이나 개인적 사정으로 하나 둘씩 떠날 때마다 가장 힘들었다는 김 팀장은 그러나 자신이 선택한 책들이 독자들로 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고 그 계기로 힘들었던 출판사가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면서 일에 대한 보람과 성취를 느꼈다. 결국 그가 오랫동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독서 문화가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이 그 바탕에 깔려 있다. 

 

“좋은 독서 문화가 유지되려면  어릴 때 부터 활자를 많이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관심이 있어야 친해지는 것이고 친하게 지내다 보면 폭도 넓어지고 깊이도 깊어지는 법이니까요. 우리 독서 문화는 지금까지 쌓아온 저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성장하고 발전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저부터 계속 노력 해야겠지요.”

 

늘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독자들이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도록 합법적이고 투명한 유통 시스템, 출판 생태계 환경 조성을 위해 묵묵히 매진하겠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친 김 팀장의 표정에는 우리의 독서 문화와 출판의 푸른 미래가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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